마상 일기 / 진방남

밤이 새면 장거리에 풀어야 할 황아짐
별빛 잡고 길을 물어 가야할 팔십리란다
나귀 목에 짤랑짤랑 향수 피는 방울소리
구름잡고 도는 신세 발길이 섧다

경상도다 전라도다 충청도에 강원도
오양간 나귀 몰아 조바심 몇십년이냐
길친구의 입을 빌어 더듬어 본 추억 속에
말만 들은 옛고향의 처녀를 본다

황혼들면 주섬주섬 다음 장을 손꼽아
선잠깨인 베갯머리 세월은 주마등이냐
동쪽에서 잔을 들고 서쪽에서 사랑 푸념
울고 가자 당나귀야 방울 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