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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며 제목이 어떻게 되는지, 누구의 음악인지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곡이 나오고 또 몇 개월만 지나도 인기 곡들이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지만, 시대의 명곡들은 언제라도 우리 주변에서 새로운 향기를 뿜으며 연주되고 이로 인해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지요.
특히, 시각과 청각이 결합되어 더욱 진한 잔상으로 남겨지는 영화 장르의 경우, 그 속에서 흘러 나온 음악은 그 장면과 우리 자신의 인생을 오버랩 시키면서 감수성의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그런 음악들,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영화음악들과 그 음악을 작곡한 주인공들을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고, 직접 연주를 해봄으로써 1차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온 몸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터치 더 피아노 – 영화음악 Vol.1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원곡을 해치지 않는, 원곡의 감동과 디테일을 살려낼 수 있는 편곡에 있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도전할 수 있을만한 난이도 범위 내에서 다양한 곡을 담으려 했고, 원곡이 전하는 뉘앙스를 최대한 모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로 연주하기 적합하도록, 피아노의 자연스러운 울림으로도 아름다운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고심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각 수록곡의 소개 및 편곡 방향과 의도를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이 칼럼은 총 3편으로 나뉘어 진행할 것이며, 이번 1편은 작곡가 ‘이지수’ 모음곡, 영화 <노팅 힐 (Notting Hill)> 모음곡,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모음곡 등 총 3곡을 다루겠습니다.)
작곡가 ‘이지수’ 모음곡
최근 한국 영화계의 발전과 더불어 영화음악계에서도 예전과 달리 국내 작곡가들의 활약이 점점 돋보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작곡가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하는, 또 그 세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고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이지수를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워낙에 알려진 음악도 많은데다가 곡의 완성도도 높아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인물입니다.
본 메들리에는 총 5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의 대표적인 작품 <올드보이> 中 ‘Cries And Whispers’를 비롯해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봄의 왈츠> 中 ‘클레멘타인’이라는 곡과 그의 솔로 앨범에 실려 있는 ‘Flying Petals’, ‘Danse Des Esprits’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연주하는 입장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템포가 서로 다른 ‘클레멘타인’과 ‘Flying Petals’을 앞에 배치하였고, 뒤에 이어지는 3곡은 단조로 이루어진 곡으로 엮어 보았습니다.
‘클레멘타인’의 경우 원곡에서 흘러 나오는 피아노 연주를 그대로 반영하였고, 익히 알고 있는 클레멘타인 민요의 선율이 마무리되고 와이드하게 펼쳐지는 부분에서 베이스와 아르페지오를 넓게 잡아 오른손의 멜로디를 받쳐 주도록 하였습니다.
‘Flying Petals’는 원곡의 화음이 두텁게 이루어지는 관계로 중요한 구성음들만 남기고 생략을 하였고, 반복이 많은 곡이기 때문에 주요 테마를 두 가지 느낌으로 맛만 느낄 수 있도록 하여 다음에 이어질 곡의 브릿지와 같은 느낌을 주도록 하였습니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미도 테마로 유명한 ‘The Last Waltz’는 작곡가 심현정의 곡이지만 흐름상 뒤에 이어질 우진 테마인 ‘Cries And Whispers’와 함께 가장 유명한 테마이기에 삽입하였고, 두 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치하였습니다. 원곡 자체가 장대한 느낌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반주 역시 단음과 중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미니멀하게 편곡해봤습니다. 중반부에서는 피아노 특유의 배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페달톤을 남기고 내성에서 멜로디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대선율을 삽입하였습니다.
‘Cries And Whispers’는 개인적으로 참 좋은 곡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 곡의 음산하면서도 비장한 느낌을 스트링이 없이 어떻게 표현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앞 부분을 유려하고 울렁거리는 느낌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베이스는 한 코드마다 한 번씩만 부여 하였고, 트레몰로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두 음끼리 왔다 갔다 하는 반주 음형을 채택하였습니다. 또, 후렴부의 멜로디가 두 번이 나오는데 두 번 모두 왈츠 풍의 반주가 나오기보다 첫 번째에서는 조금더 애잔한 느낌을 준 다음 두 번째를 더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편곡을 하였습니다.
‘Danse Des Esprits’는 분위기로 보자면 ‘Cries And Whispers’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인데, 좀더 정형화된 왈츠 풍의 반주 패턴을 부여하였고, 중간중간 원곡의 목관이 나오는 부분은 싱코페이션과 왼손의 대선율 등을 이용해 세밀하게 표현하려 하였습니다.
이렇게 총 다섯 작품을 묶어 한 곡이 완성되는데, 바쁘게 연달아 연주하기 보다는 다섯 개의 박스를 풀어낸다고 생각하면 더 멋진 이지수 모음곡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노팅 힐 (Notting Hill)> 모음곡
개인적으로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로맨틱 코미디 중에 하나이고, 영화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내용은 정말 영화 같은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서 풀어내는 깨알 같은 감정선이 감상자로 하여금 이입하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입니다. 나도 정말 유명 배우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말이죠.
<노팅 힐 (Notting Hill)> 모음곡에는 총 4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Nottng Hill’ 테마는 정말 전형적인 영국식 영화음악 느낌이 납니다. 담백한 코드를 위주로 전위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손바닥을 뉘어 건반을 두껍게 잡아 연주한다면 아주 좋은 울림이 나도록 편곡하였습니다.
‘I do (Cherish You)’는 좋은 노래가 유독 많이 흘러 나오던 이 영화에서도 가장 달콤한 맛을 전해주는데, 마치 케니지와 같은 미국적인 아티스트의 곡을 연주하는 느낌이 들도록 add2 코드를 의도적으로 많이 적용하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When You Say Nothing At All’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두 곡 간의 이질감을 줄여 주었고, 반주 기법이나 코드톤도 서로 비슷한 분위기를 전해줄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것이 널리 알려진 ‘She’입니다. 중음역대에서 화성을 두텁게 쌓았고, 중간중간 사운드가 지루하지 않도록 베이스를 위쪽으로 올려 봤습니다. 페달은 길고 깊게 쓰고, 건반을 뉘여서 두텁게 눌러주면 장대한 분위기가 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지수’ 모음곡과 비교해, 영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오고 드라이한 느낌의 <노팅 힐> 모음곡을 완성하였습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모음곡
국내에도 많은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영화로, 특히 뉴에이지 피아노곡들이 주를 이루는 OST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음악을 맡은 Yoshimata Ryo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유명합니다.
총 5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5곡이 모두 잔잔하고 애틋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을 연주하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첫 곡인 ‘Between Calm And Passion’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테마들 중 피아노가 들어가지 않고 오직 스트링 사운드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스트링 특유의 배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템포가 느리기에 화음에서 구성음이 생략되는 것 없이 충실히 모두 울릴 수 있도록 배치하였고, 후반부에서 고조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오른손 멜로디를 옥타브 내지는 6도 간격으로 쌓아 주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왼손에서 화음을 두껍게 잡아 주어야 하는데,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고자 롤링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1997 Spring’은 원곡의 먹먹하고 아련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아르페지오를 쓰지 않고 중음역보다 조금 더 높은 음역대에서 화음을 줌으로서 여백을 남기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 왼손의 화음 역시 두껍게 쌓지 않아 각각의 음이 선명히 나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어지는 ‘For Sure’부턴 본격적으로 아르페지오 반주가 시작되며 전체적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하였습니다. 또, ‘1997 Spring’와 비교해 음역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려 하였습니다.
‘History’ 역시 이 분위기를 이어 나가고자 하였고, 음역만 다시 높이면서 이 모음곡이 아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을 전해주려 하였습니다. 중반부로 갈수록 왼손 반주부터 서서히 아래쪽으로 음역이 옮겨 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처음에 나왔던 주제가 다시 등장하면서 이제껏 나왔던 멜로디들을 포용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곡 ‘The Whole Nine Yards’는 도약이 많은 원곡의 멜로디를 충실히 받쳐줄 수 있도록 아르페지오를 넓게 잡았습니다. 또,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기 위해 후반부에서 오른손 멜로디에 받쳐주는 음을 덧붙였고, 왼손은 베이스와 내성에서 나오는 화음을 두텁게 쌓아 대단원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던 음악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이며, 비로소 그 음악과 인연이 닿는 관계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음악을 연주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고 생각되며, 연습에 지치더라도 음악과 처음 만났던 그 때의 느낌으로 돌아가 더욱더 소중히 연습한다면 어느 순간 그 음악과 나는 특별한 관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곡이 나오고 또 몇 개월만 지나도 인기 곡들이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지만, 시대의 명곡들은 언제라도 우리 주변에서 새로운 향기를 뿜으며 연주되고 이로 인해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지요.
특히, 시각과 청각이 결합되어 더욱 진한 잔상으로 남겨지는 영화 장르의 경우, 그 속에서 흘러 나온 음악은 그 장면과 우리 자신의 인생을 오버랩 시키면서 감수성의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그런 음악들,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영화음악들과 그 음악을 작곡한 주인공들을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고, 직접 연주를 해봄으로써 1차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온 몸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터치 더 피아노 – 영화음악 Vol.1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원곡을 해치지 않는, 원곡의 감동과 디테일을 살려낼 수 있는 편곡에 있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도전할 수 있을만한 난이도 범위 내에서 다양한 곡을 담으려 했고, 원곡이 전하는 뉘앙스를 최대한 모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로 연주하기 적합하도록, 피아노의 자연스러운 울림으로도 아름다운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고심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각 수록곡의 소개 및 편곡 방향과 의도를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이 칼럼은 총 3편으로 나뉘어 진행할 것이며, 이번 1편은 작곡가 ‘이지수’ 모음곡, 영화 <노팅 힐 (Notting Hill)> 모음곡,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모음곡 등 총 3곡을 다루겠습니다.)
작곡가 ‘이지수’ 모음곡
최근 한국 영화계의 발전과 더불어 영화음악계에서도 예전과 달리 국내 작곡가들의 활약이 점점 돋보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작곡가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하는, 또 그 세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고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이지수를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워낙에 알려진 음악도 많은데다가 곡의 완성도도 높아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인물입니다.
본 메들리에는 총 5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의 대표적인 작품 <올드보이> 中 ‘Cries And Whispers’를 비롯해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봄의 왈츠> 中 ‘클레멘타인’이라는 곡과 그의 솔로 앨범에 실려 있는 ‘Flying Petals’, ‘Danse Des Esprits’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연주하는 입장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템포가 서로 다른 ‘클레멘타인’과 ‘Flying Petals’을 앞에 배치하였고, 뒤에 이어지는 3곡은 단조로 이루어진 곡으로 엮어 보았습니다.
‘클레멘타인’의 경우 원곡에서 흘러 나오는 피아노 연주를 그대로 반영하였고, 익히 알고 있는 클레멘타인 민요의 선율이 마무리되고 와이드하게 펼쳐지는 부분에서 베이스와 아르페지오를 넓게 잡아 오른손의 멜로디를 받쳐 주도록 하였습니다.
‘Flying Petals’는 원곡의 화음이 두텁게 이루어지는 관계로 중요한 구성음들만 남기고 생략을 하였고, 반복이 많은 곡이기 때문에 주요 테마를 두 가지 느낌으로 맛만 느낄 수 있도록 하여 다음에 이어질 곡의 브릿지와 같은 느낌을 주도록 하였습니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미도 테마로 유명한 ‘The Last Waltz’는 작곡가 심현정의 곡이지만 흐름상 뒤에 이어질 우진 테마인 ‘Cries And Whispers’와 함께 가장 유명한 테마이기에 삽입하였고, 두 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치하였습니다. 원곡 자체가 장대한 느낌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반주 역시 단음과 중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미니멀하게 편곡해봤습니다. 중반부에서는 피아노 특유의 배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페달톤을 남기고 내성에서 멜로디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대선율을 삽입하였습니다.
‘Cries And Whispers’는 개인적으로 참 좋은 곡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 곡의 음산하면서도 비장한 느낌을 스트링이 없이 어떻게 표현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앞 부분을 유려하고 울렁거리는 느낌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베이스는 한 코드마다 한 번씩만 부여 하였고, 트레몰로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두 음끼리 왔다 갔다 하는 반주 음형을 채택하였습니다. 또, 후렴부의 멜로디가 두 번이 나오는데 두 번 모두 왈츠 풍의 반주가 나오기보다 첫 번째에서는 조금더 애잔한 느낌을 준 다음 두 번째를 더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편곡을 하였습니다.
‘Danse Des Esprits’는 분위기로 보자면 ‘Cries And Whispers’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인데, 좀더 정형화된 왈츠 풍의 반주 패턴을 부여하였고, 중간중간 원곡의 목관이 나오는 부분은 싱코페이션과 왼손의 대선율 등을 이용해 세밀하게 표현하려 하였습니다.
이렇게 총 다섯 작품을 묶어 한 곡이 완성되는데, 바쁘게 연달아 연주하기 보다는 다섯 개의 박스를 풀어낸다고 생각하면 더 멋진 이지수 모음곡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노팅 힐 (Notting Hill)> 모음곡
개인적으로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로맨틱 코미디 중에 하나이고, 영화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내용은 정말 영화 같은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서 풀어내는 깨알 같은 감정선이 감상자로 하여금 이입하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입니다. 나도 정말 유명 배우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말이죠.
<노팅 힐 (Notting Hill)> 모음곡에는 총 4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Nottng Hill’ 테마는 정말 전형적인 영국식 영화음악 느낌이 납니다. 담백한 코드를 위주로 전위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손바닥을 뉘어 건반을 두껍게 잡아 연주한다면 아주 좋은 울림이 나도록 편곡하였습니다.
‘I do (Cherish You)’는 좋은 노래가 유독 많이 흘러 나오던 이 영화에서도 가장 달콤한 맛을 전해주는데, 마치 케니지와 같은 미국적인 아티스트의 곡을 연주하는 느낌이 들도록 add2 코드를 의도적으로 많이 적용하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When You Say Nothing At All’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두 곡 간의 이질감을 줄여 주었고, 반주 기법이나 코드톤도 서로 비슷한 분위기를 전해줄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준비한 것이 널리 알려진 ‘She’입니다. 중음역대에서 화성을 두텁게 쌓았고, 중간중간 사운드가 지루하지 않도록 베이스를 위쪽으로 올려 봤습니다. 페달은 길고 깊게 쓰고, 건반을 뉘여서 두텁게 눌러주면 장대한 분위기가 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지수’ 모음곡과 비교해, 영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오고 드라이한 느낌의 <노팅 힐> 모음곡을 완성하였습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모음곡
국내에도 많은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영화로, 특히 뉴에이지 피아노곡들이 주를 이루는 OST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음악을 맡은 Yoshimata Ryo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유명합니다.
총 5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5곡이 모두 잔잔하고 애틋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을 연주하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첫 곡인 ‘Between Calm And Passion’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테마들 중 피아노가 들어가지 않고 오직 스트링 사운드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스트링 특유의 배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템포가 느리기에 화음에서 구성음이 생략되는 것 없이 충실히 모두 울릴 수 있도록 배치하였고, 후반부에서 고조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오른손 멜로디를 옥타브 내지는 6도 간격으로 쌓아 주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왼손에서 화음을 두껍게 잡아 주어야 하는데,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고자 롤링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1997 Spring’은 원곡의 먹먹하고 아련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아르페지오를 쓰지 않고 중음역보다 조금 더 높은 음역대에서 화음을 줌으로서 여백을 남기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 왼손의 화음 역시 두껍게 쌓지 않아 각각의 음이 선명히 나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어지는 ‘For Sure’부턴 본격적으로 아르페지오 반주가 시작되며 전체적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하였습니다. 또, ‘1997 Spring’와 비교해 음역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려 하였습니다.
‘History’ 역시 이 분위기를 이어 나가고자 하였고, 음역만 다시 높이면서 이 모음곡이 아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을 전해주려 하였습니다. 중반부로 갈수록 왼손 반주부터 서서히 아래쪽으로 음역이 옮겨 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처음에 나왔던 주제가 다시 등장하면서 이제껏 나왔던 멜로디들을 포용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곡 ‘The Whole Nine Yards’는 도약이 많은 원곡의 멜로디를 충실히 받쳐줄 수 있도록 아르페지오를 넓게 잡았습니다. 또,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기 위해 후반부에서 오른손 멜로디에 받쳐주는 음을 덧붙였고, 왼손은 베이스와 내성에서 나오는 화음을 두텁게 쌓아 대단원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던 음악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이며, 비로소 그 음악과 인연이 닿는 관계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음악을 연주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고 생각되며, 연습에 지치더라도 음악과 처음 만났던 그 때의 느낌으로 돌아가 더욱더 소중히 연습한다면 어느 순간 그 음악과 나는 특별한 관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