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자가 말하는 [터치 더 피아노- 영화음악] 2탄

2014.09.11 편곡자가 말하는 [터치 더 피아노- 영화음악]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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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익숙한 음악이 나올 때, 여러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제각각의 기억에서 자신만의 리믹스된 음악으로 재생산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또 다른 새로운 음악이 우리의 마음을 적셔 또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며 그렇게 새로운 시대의 명곡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마음을 울리던 음악’, ‘가슴에 남아있는 음악’, ‘나에게 영향을 준 음악’ 등등의 수식어로 표현되는 음악은 시대를 아우르며 오랜 시간이 지나 꺼내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터치 더 피아노 – 영화음악 Vol.1]엔 그러한 소장품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곡들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원곡을 해치지 않는, 원곡의 감동과 디테일을 살려낼 수 있는 편곡에 있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도전할 수 있을만한 난이도 범위 내에서 다양한 곡을 담으려 했고, 원곡이 전하는 뉘앙스를 최대한 모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로 연주하기 적합하도록, 피아노의 자연스러운 울림으로도 아름다운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고심하였습니다.

저번 칼럼이었던 ‘편곡자가 말하는 [터치 더 피아노 – 영화음악] 1편’이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되셨나요? 이번 2편은 1편에서 다루지 않았던 나머지 수록곡 총 7곡을 다루겠습니다.


전장에서의 마지막 인사








Ennio Morricone를 떠올릴 때 우리는 가슴 한 켠에 담아놓은 추억을 꺼내게 됩니다. 그의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를 떠올리고 회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메들리는 그러한 분위기를 담는데 주력을 두었고, 깊이 있는 피아노의 울림과 그 곳에서 나오는 화음의 잔향을 충분히 느끼면서 연주되길 바랍니다.

전장에서의 마지막 인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는 스트링의 울림에 가장 큰 포커스를 두고 있는데 피아노로 표현하는데 어느 정도의 한계점은 있지만 페달과 운지를 최대한 깊숙하고 길게 유지하여 그 속에 들리는 배음들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전장에서의 마지막 인사전장에서의 마지막 인사
반면, ‘피아니스트의 전설 (The Legend Of 1900)’의 음악들은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음악이 많기 때문에 원곡에서 나오는 피아노 라인을 최대한 살려서 연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편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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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에 이어 다시 스트링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中 Jill’s Theme’에서는 코드 보이싱에 초점을 맞춰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게 하였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 ‘칼리파 부인 (La Califfa) 中 La Califfa’의 테마까지 등장하며 마무리 됩니다.

전장에서의 마지막 인사
그의 최고 걸작 중의 하나라 평가 받는 ‘미션 (The Mission)’의 종교적인 색채는 오르간적인 색채를 더하기 위해 중음역대에서 화음을 두껍게 쌓아 올렸고, 중간중간에 주 멜로디가 긴 음가로 유지하고 있을 때, 대선율을 내성에서 받쳐 주어 다성음악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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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피아노 넘버 중의 하나인 ‘러브 어페어 (Love Affair) 中 Piano Solo’는 누구나 한 번쯤 피아노로 연주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졌을 듯 합니다. 원곡 그대로의 코드 뉘앙스와 라인을 살렸고 그렇게 이 메들리는 끝을 맺게 됩니다.



너무나 좋은 음악이 많은 Ennio Morricone의 음악 중 도대체 어떤 곡을 메들리로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들었는데, 현재의 그를 있게 해준 공통어는 ‘추억’과 ‘애틋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단어를 키워드로 하여 하나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이 모음곡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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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Ennio Morricone 모음곡’에서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았나요?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이자 그의 음악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시네마 천국’의 동심 어린 선율을 제외할 수 없겠죠. OST 넘버 하나하나에 많은 이들의 유년이나 청년 시절에 대한 헌사가 느껴집니다. 하나하나 주옥 같은 멜로디를 모두 소개하고자 ‘시네마 천국 모음곡’은 ‘Ennio Morricone 모음곡’과는 별개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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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Nuovo Cinema Paradiso’는 우리를 동심, 혹은 그 어떤 옛 기억으로의 여행으로 인도하는 관문처럼 느껴집니다. “흘러 간다”라는 느낌을 주는데 주안점을 두었고, 그 방법으로는 오른손에서 멜로디와 함께 진행되는 펼친 코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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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And Manhood’를 연주할 때 즈음이면 이제 우리는 그 어딘가 기억 속에 도착하여 순수함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벨소리와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 멜로디를 굉장히 높은 음역대에 배치하였고, 변박이 되어 새로운 테마가 등장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음역에 멜로디를 배치해 상반된 분위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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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특정한 단어로 형용하는 것 조차 무의미한 ‘Love Theme’의 경우 테마가 4번 정도 나오게 되는데 쓸쓸함에서 발전하여 격정적인 풍랑까지 단계적으로 감정의 극대화를 이끌어 내도록 편곡하였습니다.



이렇게 서사적인 느낌이 나는 ‘시네마 천국 모음곡’을 완성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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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작품이 많은 걸 떠나서 음악적으로도 아카데믹하고 다양한 기법을 상당히 많이 시도를 함으로써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모두 어필하고 있는 현 시대의 거장입니다. 너무나 많은 음악이 있기 때문에 몇 곡만을 추리는 것도 쉽지 않았고, 곡 길이도 길어지게 될 거 같아 테마 만을 간략히 수록하는 선으로 그를 소개하는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모음곡의 수록곡의 면면을 살펴 보겠습니다. 일부는 테마 부분의 악보를 게재합니다. 메인 테마만 접하더라도 “아! 이 곡이었구나~” 하고 즉각적으로 반응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리 포터 (Harry Potter) 中 Hedwick’s Theme죠스 (Jaws) 中 Jaw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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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中 Flying Theme나홀로 집에 (Home Alone) 中 Merry Christmas, Merry Christmas /Somewhere In My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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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中 Main Theme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中 Theme From Schindler’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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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존스 (Indiana Jones) 中 Raiders March 스타 워즈 (Star Wars) 中 Main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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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Silvestri를 접하게 된 계기는 십중팔구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OST가 아닐까 싶은데, 이 평화로우면서 잔잔한 선율은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이 영화에 완벽히 부합되어 지금까지도 희망의 메시지를 필요로 하는 그 어디에선가 흐르고 있을 것 입니다. 과거와 현재 통틀어 Alan Silvestri처럼 이렇게 꾸준하고 왕성하게, 또 자신의 스타일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활동하는 작곡가도 드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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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어벤져스’의 메인 테마 ‘The Avengers’에서의 우주적이고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은 현재 헐리우드 대작 액션 영화음악의 표본처럼 남아 있습니다. 피아노로 표현하기에는 한계점이 있지만, 페달을 밟은 상태로 액센트를 가미해 연주한다면 원곡의 느낌을 상기시키는데 모자람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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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검프 (Forrest Gump) 中 Forrest Gump’는 서두에서 밝혔듯이 그의 대표 작품이기도 하며, 피아노를 필두로 펼쳐지는 메인 멜로디는 난이도 면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아 많은 이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습니다. 원곡의 피아노 라인은 그대로 가져 왔으며, 뒤이어 오케스트라가 받아 표현이 커지는 부분을 이 모음곡에서는 아르페지오로 두께를 쌓아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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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이 영화음악 모음곡집에 Alan Silvestri의 작품을 수록해야겠다 라고 결심하게 된 곡인 ‘세렌디피티 (Serendipity) 中 Fast Forward’는 그리 널리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두 남녀의 설레는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 곡 역시 피아노가 메인이고 피아노의 매력을 굉장히 잘 살려냈으며 원곡의 Jazzy한 느낌을 텐션 코드로 풀어내 흡사 우리가 자주 듣는 스탠다드 캐롤의 분위기가 나도록 편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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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희망차고 웅장한 느낌의 ‘백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中 Back To The Future Trilogy’가 이어지는데, 원곡의 서두르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싱코페이션 형태의 코드 반주를 붙였습니다.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해 화성을 두껍게 쌓았으며, 모음곡의 마지막 넘버이기 때문에 코다의 분위기가 나도록 넓게 음역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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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영화 팬들을 위한, 올드 OST 넘버가 수록된 영화음악곡집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책을 만들 때 그보다 조금 더 현 세대의 영화음악을 담고 싶었습니다. 일본 대중문화가 국내에 개방된 이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일본 수입영화의 당당한 한 축이 되었고, 그로 인해 Hisaishi Joe는 단숨에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즐겨 듣고, 연주합니다. 그래서 그의 대표적인 음악을 모아 그 안에 흐르는 공통된 감성을 공유하려 합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음악이고, 피아노가 주 역할을 담당하기에 수록곡의 각 테마를 담은 샘플 악보를 게재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웃집 토토로 中 녹나무의 전설하울의 움직이는 성 中 인생의 회전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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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中 언제나 몇 번이라도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中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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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中 Summer웰컴 투 동막골 中 A Waltz Of Sle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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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라면 몇몇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데, 아마 최근작으로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첫 번째로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거라 예상해 봅니다. 음악이라는 장치를 통해 시간을 넘나들게 되는 동화적인 이야기와 슬픈 로맨스를 버무려 우리 나라 사람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학교 풍경까지 더해져 많은 사람을 받았고, OST 역시 많은 애호가들에 의해 연주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냉정과 열정 사이> 모음곡’과 비슷합니다. 중반부까지 같은 곡인 듯 자연스럽게 흘러 가며 뉴에이지 피아노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줄 것입니다.



Angel각답차 (脚踏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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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사립가백 (小雨寫立可白) I소우사립가백 (小雨寫立可白)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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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이어 앞의 곡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전개가 되도록 의도하였는데, 마치 바흐의 인벤션과 같은 느낌을 주는 ‘Secret’과 스케일 연습곡을 보는 듯한 ‘상륜소우사수련탄 (湘倫小雨四手聯彈)’은 영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 모음곡에서도 신선한 청량제와 같을 것이며,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Secret상륜소우사수련탄 (湘倫小雨四手聯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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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가장 잘 팔리는 영화음악 작곡가로 불리는 이병우의 커리어는 기타리스트로 시작됩니다. 그 이후 유학을 결심하여 클래식 기타를 전공을 한 것이 영화음악계로 안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기타만을 고집하지 않는 굉장히 크로스오버적인 영역을 보여 주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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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 中 엄마’는 단순한 2성부의 테마를 기반으로 발전하여 감정의 폭을 넓혀 나가는데, 베이스를 점차 아래쪽으로 배치하고 내성을 점점 채워 나가는 방식으로 편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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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왕의 남자 中 반허공’은 특유의 동양풍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M7와 m7 코드, 그리고 6코드를 적절히 배치하였고, 대부분의 음역 배치를 위쪽에 두어 신비스런 분위기가 나도록 하였습니다.

전장에서의 마지막 인사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곡인 ‘장화홍련 中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그만의 마이너 코드 감각이 돋보이는 곡인데, 원곡의 왈츠 풍의 분위기를 조금 완화시켜 초반엔 슬픈 감성을 자아내는데 치중하여 아르페지오 반주를 채택하였고, 점차적으로 왈츠 풍의 반주가 조금씩 강해지면서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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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익살스럽고 괴기스러운 악상을 선보이는 ‘괴물 中 한강찬가’의 경우 전통적인 4비트 반주를 스타카토로 표현하여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하였고, 바로 반전을 두어 ‘연애의 목적 中 연애의 목적’으로 이어져 나른한 오후의 단상을 릴렉스하게 표현합니다. 전체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싱코페이션 리듬과 간단한 베이스 워킹 등의 장치를 배치해 보았으며, 그러한 분위기 속에 낮잠을 자듯 부드럽게 마무리를 합니다.



[터치 더 피아노 – 영화음악 Vol.1]에 대한 편곡자의 이야기가 어떠셨나요? 수많은 의견과 생각이 공존하는 세상이고 그러한 가운데 수많은 음악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수성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순수함과 대중들이 마주하는 순간 음악은 단순히 음의 조합이 아닌 수많은 일상을 마법으로 바꾸어 놓을 힘을 가지게 됩니다. 연주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고 생각되며, 음악과 처음 만났던 그 때의 느낌으로 돌아가 더욱더 소중히 연습한다면 어느 순간 그 음악과 나는 특별한 관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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