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처럼, 여름 내내 더위에 시달리느라 잠시 마실 나갔던 감성을 돌아오게 할 임창정표 발라드가 돌아왔다. 가을이라면 우유가 듬뿍 들어간 커피처럼 부드러운 보컬이 제격일 것 같지만, 임창정의 보컬은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뾰족한 느낌이랄까, 금방이라도 마음의 한구석을 찔러 기어코 눈물이 핑 돌게 한다. 그의 노래가 가끔 애절하다 못해 처절하게 느껴지는 데에도 그의 보컬이 한 몫 한다. 물론 짠한 가사의 힘이 가장 크지만 말이다.



데뷔 26년 차. 정규, 미니, 싱글 포함 앨범 총 21장, 음악 방송 1위 수상만 43번. 영화배우, 가수, 예능인으로 종횡무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는 그가 가수로서 남긴 기록만 해도 이렇게나 빼곡하다. 지금은 발표하는 앨범, 음원, 영화마다 히트행진을 기록하는 임창정이지만, 그의 시작은 심히 미약했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한 그는 데뷔한 지 5년 남짓 조연급 연기자에서 벗어 나지를 못했고, 1995년 야심 차게 발매한 정규 1집 ‘이미 나에게로’는 타이틀까지 바꿔가며 대박을 노렸으나, 다음 해에 발매한 정규 2집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창정에게 볕이 들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부터였다. KBS2TV ‘슈퍼선데이-금촌댁네 사람들’에서 코믹한 연기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1997년 드디어 영화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 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영화 ‘비트’로 대종상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발매한 정규 3집 Again이 크게 히트를 쳤다. 타이틀인 그때 또다시는 각종 음악 방송에서 1위를 무려 11번이나 차지했고, 후속곡인 결혼해줘 역시 8번이나 1위를 하면서 KBS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결혼해줘는 지금까지도 프로포즈 곡과 결혼식 축가로 각광 받고 있다.



무수한 영화의 주연자리를 꿰차며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와중에도 매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던 임창정은 2003년, 정규 10집 Bye의 발매와 함께 배우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돌연 가수 활동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전 발매한 Bye의 타이틀 곡 소주 한잔은 제목은 몰라도 '여보세요. 나야~'라는 후렴구 가사만 들어도 다 알만한 그의 대표곡이 되었다.


2009년에는 정규 11집 Return To My World를 발매하며 가수 활동을 재개한 임창정은 6년 사이에 더욱 깊어지고 애절해진 그의 목소리와 작정하고 대중들의 심금을 콕콕 쑤시는 듯한 슬픈 멜로디와 가사로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무사히 안착하면서 화려한 컴백에 성공했다.

임창정은 코미디 영화에 유독 강세를 보이는 만큼 발라드 뿐만 아니라 댄스곡에도 강하다. 데뷔 앨범 타이틀이 댄스곡이었던 것을 보면, 처음에는 발라드보다 댄스 가수를 꿈꿨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임창정은 매 앨범 마다 타이틀은 발라드, 후속곡은 댄스곡을 선보였는데, ‘늑대와 함께 춤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임창정의 댄스는 특유의 꺾기 창법이 어우러져 매우 독특하다. 이러한 꺾기 창법을 백분 활용하여 2013년에는 중독성 강한 복고풍 댄스곡 문을 여시오를 발매했다. 특히, 이 곡은 김수로, 윤다훈, 최다니엘, 유세윤 등 화려한 카메오들이 출연, 코믹한 연기를 선보여 더욱 화제를 모았다.



2015년, 임창정의 또 하나의 대표곡으로 길이 남을 또다시 사랑과 그대라는 꿈이 메가 히트하면서 그 해 가을, 음원 차트를 임창정표 발라드 물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또다시 사랑은 1달 가까이 각종 음원 차트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가수로써 임창정의 파워를 여과 없이 과시했다.



2016년, 올해도 어김없이 불어오는 가을 바람과 함께 임창정의 앨범이 공개되었다. 타이틀인 내가 저지른 사랑이 당연하게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와중에 지난 해 가을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또다시 사랑이 역주행 하면서 역시 가을에는 임창정 노래가 제 철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다. 올해도 임창정의 노래로 한층 더 감성적인 가을을 보낼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