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웃사이더의 반란 - 너바나(Nirvana)

2023.06.13 인디/아웃사이더의 반란 - 너바나(Nir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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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Nirvana) ‘Smells Like Teen Spirit’(1991)
만약 당신이 1990년대를 정의한 록 음악을 딱 세 곡만 꼽아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글쎄. 확언은 할 수 없지만 다음 세 곡이 될 확률이 아무래도 높지 않을까 싶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 오아시스(Oasis)의 ‘Don’t Look Back in Anger’, 그리고 바로 이 곡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다.


왼쪽부터 라디오헤드의 ‘Pablo Honey ‘(1993), 오아시스의‘(What''s The Story) Morning Glory?’(1997), 너바나의 ‘Nevermind’(1991) 앨범

그렇다. 왕년에 록 좀 들었다고 하면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한데 이 곡의 진정한 가치는 음악 그 자체에도 있지만 시대적인 맥락 속에서 더 빛을 발한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 너바나의 등장 이전까지 대중음악을 지배했던 장르는 메인스트림 팝, 그도 아니면 ‘팝화(化)된 메탈’이었다. 인기는 여전했지만, 그들이 거대 자본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만큼 그에 대한 반감도 늘어만 가던 시절이었다. 일군의 젊은이들은 별천지에 사는 스타가 아닌, ‘자신들을 대변해줄 목소리’를 찾기를 원했다.

그 때 나타난 존재가 바로 너바나였다. 1992년 1월 11일 너바나의 통산 2집이자 바로 이 곡이 실린 메이저 데뷔작인 『Nevermind』(1991)가 발매 4개월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면서 ‘얼터너티브/그런지 록’의 세상이 개막된 것이었다. 한데 중요한 것은 『Nevermind』의 바로 직전에 정상에 있었던 음반의 정체였다. 다름 아닌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8집 『Dangerous』였다. 요컨대 일차적인 층위에서 그것은, ‘일개’ 펑크 록 밴드가 팝 계 최강의 ‘공룡’을 꺾어버린 역사적인 터닝 포인트였다.


당시 최고 인기였던 마이클잭슨의 Dangerous 앨범과 안무

그런데 심층적으로 파고들면 이건 단지 한 밴드와 한 뮤지션의 대역전극 혹은 바통 터치 정도가 아니었다.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지나 아놀드(Gina Arnold)가 선언한 것처럼 “우리가 마침내 승리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대체 누구인가. 너바나의 전기 『Come As You Are』를 집필한 마이클 애저래드(Michael Azerrad)에 따르면 ‘우리’는 바로 “상업적 팝에 찌든 메인스트림이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10여 년 전인 1980년대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언더그라운드, 인디펜던트, 아웃사이더의 저변”이었다. 그러니까 너바나는 이 앨범으로 그러한 비주류 연대의 상징이자 주류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었다. 바로 매체들이 앞 다투어 그들에게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는 수식을 부여한 진짜 이유다. 참고로 그런지는 ‘먼지, 때’라는 뜻으로 그들의 지저분한 사운드를 뜻하기 위해 붙여진 용어다.


마이클 애저래드(Michael Azerrad)와 Nirvana(너바나)

당시 ‘Smells Like Teen Spirit’가 등장했을 때 한국의 몇몇 비평가들은 이 곡을 ‘헤비메탈’로 정의하는 오류를 범했다. 아니다. 이 곡은 헤비메탈이 아닌 1970년대 후반 펑크(Punk)에 젖줄을 대고 있다. 일단 음반 타이틀부터가 이를 증명한다. 『Nevermind』는 전설적인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의 데뷔작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1977)에서 따온 것이다.

실제로도, 연주를 직접 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Smells Like Teen Spirit’은 단련된 연주력이 있어야 겨우 칠 수 있는 헤비메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곡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1990년대 중반 내가 20대였던 시절의 풍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당시 수많은 카피 밴드의 연주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었던 음악이 몇 있었다. 그린데이(Green Day)의 ‘Basket Case’(1994)와 이 곡 ‘Smells Like Teen Spirit’였다. 이 곡들은 클럽에서도 울려 퍼졌고, 학교 축제에서 아마추어 밴드의 연주를 통해서도 울려 퍼졌다. 이유는 별 거 없다. 카피하기가 용이한 덕분이었다.

곡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F 단조에 F5-B♭5-A♭5-D♭5 파워 코드 진행을 따른다. 단, 이 곡의 성취는 볼륨과 다이나믹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도입부와 후렴구를 여러 번 반복하는 와중에 거의 이펙트가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이 강력한 디스토션을 머금은 기타 사운드가 번개처럼 내리친다. 이렇듯 급격한 사운드의 변화를 통해 ‘Smells Like Teen Spirit’은 듣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을 쾌감을 안겨줬다. 멜로디 역시 언급해야 마땅하다. 커트 코베인에 따르면 그의 목표는 펑크가 아니었다. ‘궁극적인 팝(Ultimate Pop)’을 쓰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팝 밴드인 칩 트릭(Cheap Trick)이나 베이 시티 롤러스(Bay City Rollers)의 팬이기도 했다.


‘Smells Like Teen Spirit’ 기타 악보 중 디스토션 기타가 나오는 부분

즉, 그 기저는 펑크에 두고 있었지만, 너바나의 그런지 록은 오리지널 펑크와는 많이 달랐다. 우선 귀에 잘 들렸고, 그래서 상업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의 펑크는 ‘공감할 수 있는 아우성’이었고, ‘들을 수 있는 펑크’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록의 시대적 분류에 대한 설명으로 글을 마친다. 펑크는 록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데 그 이유는 거대한 분기점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펑크 이후의 음악을 통틀어서 모던 록(Modern Rock)이라고 정의한다. 그 이전의 록은 클래식 록(Class Rock)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본 조비(Bon Jovi)의 경우,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에는 이름을 올려도 모던 록 차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클래식 록/메탈에 가까운 음악인 까닭이다.

반면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경우, 너바나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결성한 밴드이므로 모던 록 차트에 그들의 곡을 올리는 동시에 메인스트림 록 차트에도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푸 파이터스라는 밴드 자체가 1970년대 클래식 록(대표적으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영향을 받은 곡을 여럿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너바나를 포함한 1990년대 얼터너티브/그런지 혹은 영국의 브릿팝 밴드는 어떤 카테고리에 속할까. 그렇다. 둘 모두 당연히 모던 록이다. 너바나는 그래서 미시적 분류로는 그런지/얼터너티브가 되고, 거시적 분류로는 펑크에 영향 받았기에 모던 록이 되는 것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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