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그 쉽고도 어려운!

2016.09.07 피아노, 그 쉽고도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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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색깔도 없는 사과 10개. ..연필로 황칠 된 못난 사과도 서너 개. 한번 연습하고 나면 사과 하나씩을 색칠해야 하는데, 1번 치고 3개씩 칠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아무리 봐도 왜 5줄씩이나 있는지 알 수 없는 오선지와 무슨 의미로 그렇게 생겼는지 알고 싶지도 않은 음표들을 멍하게 바라 보다가 `선생님!! 10번 다 쳤어요!!`를 외치며 연습실을 뛰어나가던 한결 가벼운 걸음. 피아노 학원에 다닌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한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때 열심히 배워뒀더라면 지금 즈음 피아노 곡 한 곡 정도 멋지게 연주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 이야기는 그 애증의 피아노와 추억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정화, 정재형 - 나의 피아노


피아노의 위대한 탄생

52개의 하얀 건반과 36개의 검은 건반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모던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피아노는 18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피아노의 역사적인 탄생 이전에 피아노의 부모님, 할머니쯤 되는 악기들은 무엇이 있는지부터 한번 살펴 보자면, 14세기의 하프시코드, 15세기에 등장한 클라비코드와 16세기에 등장한 쳄발로가 있다. 물론 쳄발로의 경우에는 지금도 연주자가 다수 있지만, 수많은 바로크시대 작곡가들과 함께 명곡을 만들어낸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는 피아노의 등장과 함께 인기가 완전히 식어버렸다.


Prelude 1(Prelude and Fugue No. 1 in C major BWV 846, J.S. Bach)


피아노를 발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 제작자 Bartolomeo Cristofori이다. 지금은 피아노나 피아노 포르테라고 불리고 있지만, 처음 크리스토포리가 붙인 풀 네임은 un cimbalo di cipresso di piano e forte라는 매우 긴 이름이었다. 처음 발명 되었던 당시에는 5음역대인 쳄발로보다 1옥타브 좁은 4옥타브로 작은 건반 악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반이 88개나 되는 거대한 악기로 발전했다. 넓은 음역대, 섬세하게 조절 가능한 강약 표현, 손쉬운 연주법 등으로 피아노는 탄생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가장 대중적인 악기로 자리잡았다.


바이엘과 소나티네의 추억

어린 시절 주먹을 쥐어봐야 겨우 계란만한 그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게 만들었던 바이엘은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Ferdinand Beyer가 만들었다. 국내에서 작곡가의 이름을 따 바이엘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 교재의 원래 제목은 `Vorschule im Klavierspiel`인데, 말 대로 `피아노 예비 과정`이라는 뜻이다. 바이엘 교재 속에는 8마디에서 24마디 정도의 짧은 연습곡들이 무려 106곡이나 빼곡히 수록되어 있다.

바이엘을 연습하는 그 시기에는 연습시간이 마치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지고, 옆 방에서 들려 오는 소나티네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지겹고, 무슨 음악인지 도통 감도 오질 않는 연습곡 바이엘보다, 음표가 빽빽히 그려진 듣기 좋은 그 소나티네는 바이엘을 연습중인 사람들의 로망이라면 로망이었다.


소나티네 (Sonate C Major K.V.545)

소나티네는 소나타보다 짧고 가볍게 연주할 수 있는 소나타의 작은 형식이다. 피아노 소나티네 외에도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나티네, 클라리넷과 피아노 소나티네 등 다양한 종류의 소나티네가 있다. 국내에 시판 중인 피아노 소나티네 교재들에는 대부분 클라우, 클레멘티,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소나티네가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모차르트의 소나타 C major K.V.545는 초등부 피아노 콩쿨에 자주 등장하는 곡이다.


이름이 뭐니? 아버님이 누구니?

`반짝 반짝 작은 별`은 프랑스의 동요로 원제는 `Ah! vous dirai-je, Maman(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다. 모차르트가 이 짧은 곡을 테마로 쓴 12개의 변주곡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의 작곡가가 모차르트라고 오해 아닌 오해를 하곤 한다. 모차르트의 변주곡에서도 제목은 원곡 제목을 쓰고 있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작은 별`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데, 이 노래가 `Twinkle, Twinkle, Little Star(반짝 반짝 작은 별)`이 된 것은 19세기 초였다. 미국의 시인 Jane Taylor의 시 `The Star`를 `Ah! vous dirai-je, Maman`의 멜로디에 붙인 것이다.

마치 정해진 템포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연주하지 않으면 그 맛이 살지 않는 `고양이 춤`의 원제는 `Der Flohwalzer(빈대 왈츠)`이다. 원작자가 미상인 이 곡은 독일에서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나라마다 이 곡의 제목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고양이 춤`, 일본에서는 `ねこふんじゃつた(고양이를 밟아버렸네)`로 가사까지 붙여 동요로 불리고 있고, 러시아에서는 `Sobachiy Val`s(강아지 왈츠)`, 헝가리에서는 `Szam?rindul?(당나귀 행진곡)` 등의 제목을 가지고 있다. 마치 동요 `개구쟁이 내 동생`처럼 말이다.


ねこふんじゃつた(고양이를 밟아버렸네)


캐논과 히트곡

바로크 시대 음악의 구조는 지금과 같은 멜로디 중심의 수평적인 구조가 아니라, 수직적인 구조인데, 고전시대와 낭만 시대음악에 비하여 바로크 시대 음악에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캐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로크시대 독일작곡가인 요한 파헬벨이 작곡한 캐논은 틀림없는 수직적인 구조의 바로크 시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밴드, 심지어 국악까지 많은 장르에서 재해석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점심시간을 알리는 반가운 종소리라던가, 후진 알림 벨이라던가 하는 그런 생활 밀착형 친근감까지 더한다면 아마 이것보다 더 친근한 클래식 음악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온 캐논은 알고 보면 그보다 더욱 깊이 우리 주위에서 활용되고 있다.

Variations on the Kanon by Pachelbel - George Winston

C-G-Am-Em-F-C-F-G로 이어지는 캐논의 코드는 `이 코드를 사용하면 돈을 긁어 모은다`는 뜻으로 일명 `머니코드`로도 불리는데, 이 코드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곡 중에는 그만큼 히트곡들이 많다. 캐논 코드를 이용한 히트곡 중 가장 대표적인 곡은 The Beatles의 `Let It Be`이다. 이외에도 Oasis의 `Whatever`, Spice Girls의 `2Become1`, YB(윤도현 밴드)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로이킴의 `봄봄봄` 등 캐논 코드를 사용한 많은 곡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버킷 리스트에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쓰는 것 중 하나가 피아노나 악기를 마스터 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플룻이나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들보다 소리내기도 쉽고, 건반을 하나하나 꾹꾹 누르다 보면, 어느 샌가 곡 하나를 연주할 수 있게 되는 매력적인 피아노로 올 가을에는 좋아하는 영화의 주제곡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피아노로 마스터 해본다면 어떨까?


언제나 몇번이라도 ~ 또다시 (피아노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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