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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했을지 몰라도, 너희들은 분명히 배웠어.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참았던 것, 도망치지 않는 것, 자기 자신을 믿는 것, 친구를 믿는 것, 언제나 가슴을 펴고 살아가는 것, 이 3년간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 줬으면 해.” - 드라마 고쿠센2 中
곧 돌아오는 2월에는 3년, 혹은 4년, 혹은 그보다 짧거나 많은 시간을 마감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졸업식이 있다. 내 친구일수도, 내 동생일수도, 내 딸, 아들, 내가 아는 어떤 누구, 혹은 나의 졸업식일수도 있겠다. 일본 드라마 고쿠센2에서 주인공인 담임 양쿠미가 학생들에게 한 말처럼 학교에서 보낸 시간들이 우리에게 남긴 건 졸업장이나 학위뿐만은 아닐 것이다. 수업시간에 몰래 낮잠을 자고, 점심시간에 담을 넘다가 교무실 복도에 무릎을 꿇고 출석부 타작 릴레이를 했어도 우리는 학교에서 항상 여러 가지 뭔가를 배웠다.
입학
한 해의 시작은 1월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는 건 오히려 3월이다. 새싹도 그 즈음 머리를 밀고 올라오기 시작하고, 12월부터 줄기차게 불던 바람도 조금씩 기운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도 그 즈음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3월에 새로운 시작이 어울리는 건 역시 입학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아중 ‘Maria’
항상 시작에는 격한 다짐이 있는 법.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시쳇말로 폭탄녀였던 강한나(김아중)가 미녀 제니로 환골탈태한 뒤 가수가 되어 부른 마리아는 시작의 격한 다짐에 참 잘 어울리는 노래다. 사실 원곡인
Blondie의 Maria의 가사에 담긴 것은 예쁜 여자를 향한 격한 다짐이고, 김아중이 부른 ‘Maria’는 멈춰버린 심장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뛸 정도로 새 출발에 대한 결의가 대단하다.
S.E.S. '달리기'
처음의 떨림이 사라질 때쯤이 되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게다가 친구들과의 사소한 다툼, 진학 등 여러 가지로 고난과 고민이 밀고 닥쳐오기 시작하는데, 특히, 수험생이 되면 인생 최대의 난관에 봉착한 것만 같은 느낌 마저 들 때가 있다. S.E.S.의 ‘달리기’ 가사처럼, 지겹고, 힘들고,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 나게 억울하기도 하지만, 틀림없이 끝은 있다. S.E.S가 부른 ‘달리기’의 원곡은 故 신해철과 윤상이 결성한 ‘노댄스’의 1집 앨범에 수록 된 곡이다. 윤상이 처음 이 곡을 만들 때에는 수험생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S.E.S.가 Choose My Life-U 앨범에서 리메이크 하면서부터 대표적인 수험생 위로 노래로 손꼽히기 시작했다.
사실, 학교 생활이 고난과 고민으로만 점철 된 것만은 아니다. 친구들과 수다, 군것질 등 생각해 보면 고난이나 고민보다 즐거운 것들이 더 많다.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듯이, 학교 생활에도 학교생활만의 희로애락이 있다.
졸업
2AM 조권, 창민 ‘졸업(Graduation)
드디어 곧 다가오는 졸업. 졸업은 여러 의미에서 시원섭섭한 행사다.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잔소리하는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는데, 졸업식 날 보는 선생님의 얼굴은 눈만 마주쳐도 채신머리없이 눈물이 비집고 나온다든가, 언제 어디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인데도 괜히 다시는 못 볼 것 마냥 섭섭하기도 하고, 이제는 마지막이 될 내 책상과의 안녕도 왠지 모르게 가슴 뭉클해지고야 만다. 그래서 졸업 노래들 중에는 유독 마음이 울컥하게 만드는 노래들이 많다.
015B 이젠 안녕
그 중에서도 015B의 이젠 안녕은 졸업 노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유명하다. 특히,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
라는 가사의 후렴구는 제목과 가수를 모르는 사람도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Sissel ‘Auld Lang Syne'
졸업노래의 고전이라고 하면 Auld Lang Syne(석별의 정)도 빼놓을 수가 없다. Auld Lang Syne 이라는 원곡 제목보다 ‘석별의 정’이라는 제목이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이 노래는 1900년을 전후로 우리 나라 애국가 멜로디로 사용 된 바 있다.
우리는 매 순간 뭔가를 끝내고 또 시작을 한다.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이제 막 배웠으니, 더욱 중요한 것들을 배우러 나아갈 차례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노래가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